이별을 피하고 싶은 여자서점에는 유난히 햇살이 따사롭던 오후였다.조용히 문을 연 여자는 말없이 서가를 둘러보다가손끝으로 조심스레 봉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별이 예정된 여행이에요.전 그 마지막 날을 견딜 자신이 없어요.대신, 다녀와 주시겠어요?” 그녀의 눈가엔 아직 말하지 못한 안녕이 맺혀 있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명 교환권에 손을 얹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바다 근처 작은 민박에 서 있었다.그녀의 몸으로, 그녀의 시선으로.그리고 앞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그 웃음 안에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었다.마치 오래 전부터 연습해 온 대사처럼.우리는 함께 걷고, 바다를 보고,저녁엔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했다.그는 말했다.“오늘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