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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404호에서

백서편집장 2025. 3. 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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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피스텔 404호에 살고 있다.

이사 온 지는 두 달 정도 됐다. 보증금이 싸고, 위치도 괜찮았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비 오는 날이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뿐이었다.

첫날부터 그 소리를 들었다.

비가 내리던 밤,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무거운 뭔가를 끄는 듯한 소리. 벽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무시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이면, 꼭 그 소리가 들렸다.

벽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리인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403호는 공실이라고 했다. 관리인은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비 올 때마다 그런 소리가 들린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냥 배관 소리일 거예요."

그 말을 믿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는 점점 선명해졌다.

"쿵… 쿵… 쿵…"

비 오는 밤이면, 같은 소리가 반복되었다.

마치…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처럼.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오늘은 꼭 확인해야겠어."

나는 벽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 확실했다. 403호에서 나는 소리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와 403호 문 앞에 섰다. 관리인이 공실이라고 했지만, 정말 아무도 없는 걸까?

나는 문고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덜컥."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디뎠다. 전등 스위치를 찾으려 손을 더듬었지만, 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때,

"쿵… 쿵… 쿵…"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본능적으로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 있었다.

비에 젖은 긴 머리, 창백한 얼굴, 그리고… 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고 있는 형체.

그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고, 내 방으로 달려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방에 다시 가지 않았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여전히 소리는 들려온다.

"쿵… 쿵… 쿵…"

그리고 나는 안다.

그 형체는 아직도 거기 있다는 것을.

언젠가 문을 다시 열어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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